바다를 생각하면 우리는 보통 파란 수면부터 떠올립니다.
햇빛이 반짝이는 바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 해변에서 바라보는 수평선 같은 장면이 먼저 떠오르죠.
그런데 수면 아래로 계속 내려간다면 어떨까요?
200m, 1,000m, 4,000m…
빛은 점점 약해지고 수온은 낮아지며, 우리가 평소 경험하지 못하는 압력이 계속 커집니다.
그리고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의 가장 깊은 곳에는 수심 약 10,935m의 챌린저 해연(Challenger Deep)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그 깊은 곳에서 인간은 무엇을 확인했을까요?
더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부터입니다.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바다를 모두 탐험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01. 생각보다 바다는 훨씬 깊습니다.
[표층대부터 초심해층까지 바다의 수심별 환경을 보여주는 심해 깊이 비교도]
먼저 바다의 전체적인 깊이부터 생각해보겠습니다.
지구 표면의 약 70%는 바다로 덮여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실제 바다의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전 세계 바다의 평균 수심은 약 3,682m이고, 가장 깊은 곳으로 알려진 챌린저 해연은 약 10,935m에 이릅니다.
10km가 넘는 깊이라고 하면 숫자만으로는 잘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겠습니다.
해수면을 기준으로 에베레스트산을 세우고, 그 산을 바닷속에 넣는다고 상상해보는 겁니다.
에베레스트산의 높이는 약 8,849m입니다.
챌린저 해연의 깊이는 에베레스트산의 높이보다도 깊습니다.
에베레스트산을 해저에 세워도 정상 위로 약 2km가 넘는 물이 남는 셈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깊은 바다’라는 표현만으로는 그 규모가 쉽게 상상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02. 200m 아래부터 바다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심해는 정확히 어디부터 시작할까요?
해양학에서는 수심에 따라 바다를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NOAA에서는 일반적으로 약 200m부터 빛이 급격히 줄어드는 깊은 바다(deep ocean)로 설명합니다.
수심 약 200m에서는 빛이 빠르게 약해지기 시작하고, 약 1,000m 아래에서는 햇빛이 사실상 도달하지 않아 광합성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200m라는 숫자만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수면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이 얕은 영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햇빛이 점점 약해지고 색깔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며, 결국 완전한 어둠에 가까운 환경으로 들어갑니다.
수온 역시 낮아지고, 깊이가 깊어질수록 물기둥의 무게 때문에 수압이 커집니다.
수면에서는 평범해 보이던 물이 깊은 곳에서는 생명체와 탐사 장비를 압도하는 물리적 환경이 됩니다.
심해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깊다’는 사실 하나가 아닙니다. 어둠, 낮은 온도, 높은 압력, 제한된 먹이 공급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03. 수심 1,000m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이 바다 속으로 1,000m 내려간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깊이에서는 햇빛이 사실상 사라집니다. 그리고 수압은 수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집니다.
물속에서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물기둥의 무게 때문에 압력이 증가합니다. 흔히 이해를 돕기 위해 약 10m마다 1기압 정도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압력은 해수의 밀도와 수온, 염분, 중력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확한 값은 깊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1,000m에서는 물기둥에 의한 압력이 대략 100기압 규모에 이릅니다.
심해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깊이’가 아니라 압력입니다.
실제 압력은 수심뿐 아니라 해수의 밀도와 중력, 수온과 염분 등의 영향을 받아 달라집니다. 따라서 ‘10m마다 정확히 1기압’이라는 값은 이해를 위한 근사치입니다.
중요한 것은 수심이 깊어질수록 물기둥 자체의 무게가 엄청난 압력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이 심해를 탐험할 때는 단순히 산소통을 메고 잠수하는 방식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특수 잠수정이나 원격 탐사 장비가 필요합니다.
04. 그렇다면 인간은 실제로 얼마나 깊이 내려갔을까?
이제 오늘의 핵심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인간이 직접 바다에 들어가 도달한 가장 깊은 곳은 어디일까요?
답은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챌린저 해연입니다.
1960년 1월 23일, 해저 잠수정 트리에스테(Trieste)가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으로 내려갔습니다.
탑승자는 스위스 출신 탐험가 자크 피카르(Jacques Piccard)와 미 해군 중위 돈 월시(Don Walsh)였습니다.
당시 트리에스테의 계기는 약 37,800피트라는 초기 값을 표시했지만 이후 보정되었고, 당시 기록은 약 35,800피트 수준으로 수정되었습니다.
현재의 정밀 측정값과 1960년 당시의 기록을 같은 숫자로 비교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잠수 기록을 세웠다는 의미만 가진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닷속으로 직접 내려갈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보여준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05. 그 깊은 곳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트리에스테가 해저에 도착했을 때 가장 흥미로운 것은 그곳이 ‘아무것도 없는 세계’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피카르와 월시는 해저에서 생물로 보이는 물체를 관찰했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1960년의 짧은 직접 관찰만으로 그 생물의 정확한 정체를 확정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심해가 생명체가 없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훨씬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빛이 거의 없고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가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심해는 단순히 ‘깊은 곳’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인간의 심해 탐사가 단순한 기록 경쟁이 아니라 생명이 어디까지 적응할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 연구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06. 그 후 인간은 더 깊이 내려갔을까?
[마리아나 해구와 같은 초심해 환경을 탐사하는 잠수정]
1960년의 트리에스테 이후에도 인간은 계속 심해로 내려갔습니다.
2012년에는 영화감독이자 탐험가 제임스 캐머런(James Cameron)이 특수 잠수정 DEEPSEA CHALLENGER를 타고 챌린저 해연에 단독으로 내려갔습니다.
이 탐사에서는 해저의 영상과 자료, 표본 등을 확보하며 이후 심해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를 남겼습니다.
2019년에는 빅터 베스코보(Victor Vescovo)가 잠수정 Limiting Factor를 이용해 챌린저 해연으로 여러 차례 내려갔습니다.
2020년에는 베스코보와 해양학자이자 전 NASA 우주비행사인 캐서린 설리번(Kathryn Sullivan)이 함께 챌린저 해연을 방문했습니다.
이로써 설리번은 지구의 우주와 해저 극한 환경을 모두 직접 경험한 인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연구자들은 잠수정의 압력 센서와 음향 측정 자료 등을 이용해 챌린저 해연의 깊이를 더욱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
07. 그런데 ‘가장 깊은 곳’의 숫자가 자료마다 조금씩 다른 이유
여기서 재미있는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인터넷에서 챌린저 해연의 깊이를 검색하면 10,900m 안팎부터 10,900m대 후반까지 서로 다른 숫자가 등장합니다.
사실 이 차이는 바닷속 깊이를 측정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바다는 평평한 수영장이 아닙니다.
해저에는 산과 계곡, 경사면이 있고, 탐사 장비가 정확히 가장 깊은 지점 위에 있다고 보장하기도 어렵습니다.
음향을 이용한 측정은 수온과 염분 등에 따른 음속 변화의 영향을 받고, 압력 센서를 이용한 측정 역시 센서 보정과 중력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여러 측정 방법과 보정 과정을 함께 사용합니다.
2021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잠수정 조사와 압력 자료 등을 종합해 챌린저 해연에서 관측된 가장 깊은 해저 지점을 평균 해수면 아래 10,935m ± 6m로 추정했습니다.
현재 NOAA 역시 챌린저 해연의 깊이를 약 10,935m로 제시합니다.
즉, 자료마다 숫자가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고 해서 어느 하나가 단순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구에서 가장 깊은 장소의 위치와 깊이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학적 문제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08. 하지만 ‘사람이 내려갔다’와 ‘인간이 탐험했다’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람이 잠수정 안에 들어가 해저에 도착했다는 것과 바다 전체를 탐험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가장 깊은 한 지점에 인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다 전체를 자세히 알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현대적인 지도 제작 기술이 발전할수록 아직 확인하지 못한 영역의 규모가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NOAA Ocean Exploration에 따르면 2026년 4월 기준 현대적인 고해상도 멀티빔 음향측심 기술로 정밀하게 지도화된 전 세계 해저는 약 28.7%입니다.
◆ 우리가 ‘지도에서 알고 있는 바다’와 ‘직접 탐험한 바다’는 전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위성 자료를 이용하면 전 세계 해저의 전체적인 지형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성 자료는 해저의 모든 세부 구조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닙니다.
고해상도 멀티빔 음향측심은 훨씬 자세한 해저 지형을 보여주지만, 이 역시 그 장소의 생물과 암석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도는 탐험의 출발점이지 탐험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09. 바다를 지도에 그리는 것과 실제로 탐험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심해 탐사의 규모가 조금 더 실감납니다.
높은 산이 어디에 있는지 위성이나 항공 자료로 확인하는 것과 그 산의 모든 바위와 생물을 직접 조사하는 것은 다릅니다.
바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성 관측과 음향 측정을 이용하면 해저 지형을 넓은 범위에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어떤 생물이 있는지, 어떤 미생물이 살아가는지, 암석의 상태가 어떤지, 특정 지형 주변에서 어떤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지까지 알려면 직접적인 관측과 표본 채취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심해 탐사에서는 로봇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이 직접 타고 내려가는 유인 잠수정뿐만 아니라 ROV(Remotely Operated Vehicle)와 같은 원격조종 무인잠수정, AUV(Autonomous Underwater Vehicle) 같은 자율무인잠수정도 활용됩니다.
사람이 직접 내려가기에는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환경을 로봇이 대신 조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심해에서는 통신, 위치 확인, 장비의 내압 설계, 낮은 수온, 긴 탐사 시간 같은 문제가 동시에 발생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더 깊이 내려갈 수 있는 잠수정’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면 인간의 심해 탐험은 ‘사람이 얼마나 깊이 내려갔느냐’만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잠수정, 무인 로봇, 음향 장비, 센서, 해저 지도 제작 기술이 모두 합쳐져 우리가 바다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입니다.
10. 가장 깊은 바다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
한때 과학자들은 심해를 생명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공간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햇빛이 없고, 춥고, 압력이 엄청나게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심해에는 극한 환경에 적응한 다양한 생물이 살아갑니다.
특히 6,000m보다 깊은 해저는 하달대(Hadal Zone)라고 부르며, 챌린저 해연처럼 10km에 가까운 깊이의 장소도 이 영역에 포함됩니다.
하달대는 지구에서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서식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높은 압력과 깊이, 접근의 어려움 때문에 연구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생명은 이곳에서 살아남습니다.
심해 생물은 우리가 익숙한 육상 생물이나 얕은 바다의 생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극한 환경에 적응해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살아가고, 엄청난 압력을 견디며, 먹이가 제한된 환경에서도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생명체들은 어떻게 이 환경에 적응했을까요?
이 질문은 단순히 심해 생물을 관찰하는 문제를 넘어 생명이 극한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연구와도 연결됩니다.
11. 인간이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갔는데도 왜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일까?
이제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답은 분명합니다.
인간은 이미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알려진 챌린저 해연까지 직접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을 하나 바꿔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바다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훨씬 복잡합니다.
2026년 4월 기준 현대적인 고해상도 멀티빔 기술로 정밀하게 지도화된 해저도 전 세계의 28.7% 수준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지도화된 영역과 실제로 직접 관측하고 표본을 채취한 영역이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즉, 우리는 바다의 위치와 지형을 점점 더 잘 파악하고 있지만, 그곳에 어떤 생물이 살아가고 어떤 화학적·생태학적 과정이 일어나는지까지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깊은 곳까지 내려갈 수 있는 능력과 그곳을 충분히 이해하는 능력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전자에서는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지만, 후자에서는 아직 탐험해야 할 영역이 매우 많습니다.
12. 어쩌면 심해 탐험의 진짜 질문은 ‘얼마나 깊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종종 “인간이 가장 깊이 내려간 곳”을 기록으로 이야기합니다.
10,000m가 넘는 숫자는 분명 놀랍습니다.
하지만 심해를 계속 찾아보면 더 흥미로운 사실이 나타납니다.
우리는 이미 가장 깊은 바닥에 도달했는데도, 그곳에 무엇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바다에는 아직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해저 지형이 있고, 우리가 만나지 못한 생물이 있으며, 깊은 바다에서만 나타나는 화학적·생물학적 과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직접 내려갈 수 있는 곳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탐사 장비와 로봇이 대신 조사하고 있습니다.
결국 심해 탐험은 단순히 ‘더 깊이 내려가는 경쟁’이 아닙니다.
어둠과 압력 속에서 어떤 생명이 살아가는지, 해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바다가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오히려 반대의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만약 우리가 바다의 가장 깊은 곳에 이미 도달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 더 깊은 곳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충분히 보지 못한 곳, 아직 표본을 얻지 못한 곳, 아직 생물과 환경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곳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심해 탐험의 다음 단계는 인간이 더 깊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더 넓게, 더 정밀하게 관찰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13. 아직 우리는 바다의 바닥을 모두 본 적이 없습니다.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갔습니다.
1960년 트리에스테가 챌린저 해연에 도착했고, 이후 여러 유인 잠수정과 무인 탐사 장비가 그곳을 다시 조사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음파와 압력 센서를 이용해 깊이를 측정하고, 무인잠수정과 탐사 장비를 이용해 해저의 모습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이 어디인지 상당히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깊은 바닷속을 탐사하는 유인 잠수정과 심해 환경]
하지만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어떤 장소의 위치와 깊이를 아는 것과 그곳의 생태계와 지질, 화학적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해는 지금도 지구에서 가장 미지의 영역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 잠수정을 타고 내려가 본 장소는 전체 심해와 비교하면 매우 제한적입니다. 로봇이 더 넓은 영역을 조사하고 있지만, 로봇 역시 모든 장소를 동시에 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심해에는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만 아직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공간과 아직 충분한 자료가 쌓이지 않은 생태계가 함께 존재합니다.
14. 마무리하며...
인간은 이미 바다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 봤습니다.
챌린저 해연의 깊이는 약 10,935m입니다.
1960년 트리에스테의 잠수 이후 인간은 여러 차례 이 극한의 환경을 다시 찾아갔고, 새로운 측정 기술과 유인·무인 탐사 장비를 이용해 조금씩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하고 나니 오히려 새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바다는 얼마나 넓을까요?”
인간은 가장 깊은 해저까지 내려갈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이 바다를 모두 탐험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탐사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아직 조사하지 못한 영역과 아직 이해하지 못한 과정이 얼마나 많은지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다음에 발견하게 될 것은 새로운 생물일 수도 있고,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해저 지형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생명과 지구의 환경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새로운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처음의 질문을 조금 다르게 바꿔보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인간은 얼마나 깊이 내려갈 수 있을까?”라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심해를 조사하고 나면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바다는 얼마나 넓을까?”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그곳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가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갔다는 사실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곳까지 내려가고도 아직 모르는 것이 남아 있다는 사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자료
NOAA Ocean Exploration — How Deep is the Ocean?
NOAA Ocean Exploration — What is the “deep” ocean?
NOAA Ocean Exploration — How Much of the Ocean Has Been Explored?
NOAA — How deep is the ocean?
NOAA Ocean Exploration — History: Man at the Deepest Depth
Greenaway, S. F. et al. — Revised depth of the Challenger Deep from submersible transects; including a general method for precise, pressure-derived depths in the ocean, Deep Sea Research Part I,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