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는 지금도 화산이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에트나산(Etna)과 하와이의 킬라우에아(Kīlauea)처럼 현재도 분화 활동이 이어지는 화산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화산 폭발’이라고 부르는 현상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사건도 있습니다.
한 번의 분화에서 1,000㎦가 넘는 막대한 양의 화산 물질이 방출되고, 거대한 칼데라가 만들어질 정도의 초대형 분화입니다.
이런 규모의 분화를 흔히 슈퍼분화(Supereruption)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이런 초대형 분화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지구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
도시는 화산재에 묻히고 끝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물질이 대기와 기후까지 바꾸면서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그리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화산 가운데 이런 초대형 분화를 일으킬 수 있는 화산 시스템이 실제로 존재할까요?
먼저 한 가지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화산이 크다고 해서 모두 ‘슈퍼화산’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활화산이라고 해서 곧 초대형 분화가 일어난다는 뜻도 아닙니다.
슈퍼분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반적인 화산 분화와 지질학적으로 매우 드문 초대형 분화를 구분해야 합니다.
01. 지금도 지구에서는 화산이 계속 분화하고 있습니다.
화산 폭발은 아주 먼 과거의 사건이 아닙니다.
현재도 지구 곳곳에서는 화산 활동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의 글로벌 화산활동 프로그램(Global Volcanism Program)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40~50개의 화산에서 ‘지속적인 분화(continuing eruption)’가 기록됩니다.
여기서 ‘지속적인 분화’는 매일 쉬지 않고 용암을 뿜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3개월 이상의 중단 없이 간헐적인 분화 활동이 이어지는 경우를 포함합니다.
따라서 어느 날 지구 곳곳에서 40~50개의 화산이 동시에 거대한 용암을 뿜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에트나산(Etna)입니다.
에트나는 2026년에도 폭발적 분화와 용암 분출, 화산재 방출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이 보고된 활화산입니다.
하와이의 킬라우에아(Kīlauea) 역시 2026년 정상부 칼데라에서 간헐적인 용암 분출과 불빛, 화산가스 등의 활동이 계속해서 관측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화산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구가 거대한 재난을 앞두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분화의 크기와 방식입니다.
02. 활화산과 슈퍼화산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활화산(Active Volcano)’은 현재 활동하고 있거나 비교적 최근까지 활동했으며 미래에도 다시 분화할 가능성이 있는 화산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개념입니다.
반면 슈퍼화산(Supervolcano)이라는 표현은 엄밀한 화산 분류명이라기보다, 과거에 매우 큰 규모의 분화를 일으킨 화산 중심부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대중적인 용어입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일반적으로 VEI 8 규모의 분화와 슈퍼화산을 연결해 설명합니다.
화산폭발지수인 VEI(Volcanic Explosivity Index)에서 VEI 8은 측정된 화산 분출물의 부피가 1,000㎦를 넘는 초대형 분화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분화에서는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빠져나가면서 지표가 붕괴하고, 그 결과 거대한 함몰 지형인 칼데라(Caldera)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화산의 규모를 이해하는 핵심
일반적인 활화산과 슈퍼분화는 같은 ‘화산 폭발’이라는 단어로 묶기 어려울 만큼 규모 차이가 큽니다.
VEI 8 = 1,000㎦를 넘는 화산 분출물
이러한 초대형 분화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드물며, 인간의 시간尺度로 보면 극히 긴 간격을 두고 발생합니다.
03. 옐로스톤은 왜 슈퍼화산의 상징이 되었을까요?
슈퍼화산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미국의 옐로스톤(Yellowstone)일 것입니다.
옐로스톤 지역에서는 지난 약 210만 년 동안 세 차례의 매우 큰 칼데라 형성 분화가 일어났습니다.
가장 큰 분화는 약 210만 년 전 발생했으며, 약 2,450㎦의 화산 물질을 분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이후 약 130만 년 전에도 대규모 분화가 있었고, 가장 최근의 칼데라 형성 분화는 약 64만 년 전 일어났습니다.
이 마지막 대규모 분화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거대한 옐로스톤 칼데라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그렇다면 옐로스톤은 지금 다시 폭발할 때가 된 것일까요?”
답은 아닙니다.
과거의 대규모 분화 사이의 간격만을 이용해 다음 분화 시점을 계산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습니다.
화산은 시계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폭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사실도 있습니다.
옐로스톤에서 다음 화산 활동이 일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슈퍼분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USGS에 따르면 옐로스톤의 가장 최근 마그마성 분화는 약 7만 년 전의 용암류 분출이었습니다.
또한 옐로스톤에서는 현재도 마그마성 분화와는 다른 열수 폭발(hydrothermal explosion)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옐로스톤에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거대한 슈퍼분화가 임박했다’는 주장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04. 지구는 과거에도 슈퍼분화를 경험했습니다.
옐로스톤만 특별한 사례는 아닙니다.
지질학적 기록을 살펴보면 지구에는 과거 초대형 분화를 일으킨 여러 칼데라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인도네시아의 토바(Toba), 뉴질랜드의 타우포(Taupō), 미국 캘리포니아의 롱밸리(Long Valley)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특히 뉴질랜드의 타우포는 약 2만 2,600년 전 약 1,130㎦ 규모의 초대형 분화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지질학적 기록 가운데 가장 최근의 슈퍼분화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슈퍼분화가 지질학적으로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인간의 시간 감각으로 보면 매우 드문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수십 년이나 수백 년의 시간은 지질학적 시간에서는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과거에 슈퍼분화가 있었다는 사실과 가까운 미래에 슈퍼분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05. 만약 초대형 화산이 폭발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이 일어날까요?
상상해보겠습니다.
어느 날 거대한 칼데라 시스템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규모의 분화가 시작됩니다.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지표로 올라오면서 화산재와 화산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됩니다.
분화구 주변에서는 뜨거운 화산재와 가스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화쇄류(Pyroclastic Flow)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지역은 고온의 화산쇄설물과 화산재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슈퍼분화가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량의 화산가스와 미세 입자가 높은 대기층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요한 물질이 이산화황(SO₂)입니다.
06. 화산재보다 더 오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화산가스입니다.
화산 폭발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검은 화산재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지구 전체의 기후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화산재보다 성층권으로 올라간 이산화황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산화황은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황산염 에어로졸(Sulfate Aerosols)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입자들은 태양에서 오는 복사 에너지의 일부를 우주로 반사시킵니다.
그 결과 지표에 도달하는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일시적인 지표 냉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화산 분화 → 이산화황(SO₂) → 황산염 에어로졸 → 태양복사 반사 → 지표 냉각
대규모 화산분화가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경로입니다.
이 현상이 실제로 관측된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산(Mount Pinatubo) 분화입니다.
피나투보는 슈퍼분화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약 2,000만 톤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으로 주입되었고, 이 물질에서 형성된 에어로졸이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USGS에 따르면 피나투보 분화 이후 지표 냉각 효과는 약 3년 동안 이어졌으며, 영향이 가장 컸던 시기에는 지표 온도가 약 0.7℃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피나투보가 슈퍼분화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훨씬 작은 규모의 분화만으로도 성층권에 도달한 화산가스가 지구 규모의 기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실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07. 그렇다면 ‘화산 겨울’이 찾아오는 걸까요?
여기에서 흔히 등장하는 표현이 화산 겨울(Volcanic Winter)입니다.
대규모 화산분화로 인해 성층권에 많은 에어로졸이 형성되면 지표가 냉각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것을 곧바로 “지구 전체가 얼어붙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실제 기후 반응은 분화 규모와 화산가스의 양, 성층권에 도달한 물질의 양, 분출 위치와 계절, 당시의 대기 상태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몇 년 동안 지구가 얼어붙는다”처럼 특정 기간과 온도를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 분화가 충분한 양의 화산가스를 성층권에 주입한다면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 상당한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08.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기후보다 인간의 식량 시스템일 수도 있습니다.
기온이 조금 변하는 것만으로는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업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작물은 일정한 온도와 강수량, 일조량을 필요로 합니다.
대규모 화산분화로 일사량과 기온, 강수 패턴이 변한다면 일부 지역에서는 농업 생산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식량 시스템은 한 국가 안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곡물과 사료, 비료, 에너지, 운송망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지역의 생산 차질이 국제적인 공급망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슈퍼분화의 위험을 생각할 때 단순히 “용암이 어디까지 퍼지는가?”만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대기 → 기후 → 농업 → 식량 공급망 → 사회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영향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09. 지금 활동하는 에트나와 킬라우에아가 슈퍼화산은 아닌 이유
여기에서 다시 현재 활동 중인 화산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에트나와 킬라우에아는 현재도 활동하는 대표적인 화산이지만, 이들이 분화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슈퍼분화 위험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에트나는 다양한 형태의 분화 활동을 반복해온 활화산이며, 킬라우에아 역시 하와이에서 매우 활발한 화산 활동을 보여주는 화산입니다.
이 화산들과 과거 슈퍼분화를 일으킨 칼데라 시스템의 중요한 차이 가운데 하나는 분화 규모와 화산 시스템의 특성입니다.
| 구분 | 일반적인 활화산 | 슈퍼분화 |
|---|---|---|
| 대표 사례 | 에트나, 킬라우에아 등 | 옐로스톤, 타우포, 토바 등 |
| 분화 규모 | 매우 다양함 | VEI 8 수준의 초대형 분화 |
| 대표적인 지형 | 화산체, 분화구, 용암류 등 | 거대한 칼데라 |
| 기후 영향 | 분화 규모와 화산가스 양에 따라 달라짐 | 대량의 화산가스가 성층권에 도달할 경우 광범위한 영향 가능 |
| 발생 빈도 | 상대적으로 흔함 | 지질학적으로 매우 드묾 |
즉, 활화산과 슈퍼분화를 구분하는 핵심은 ‘지금 활동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분화 규모와 화산 시스템의 특성입니다.
10. 그렇다면 옐로스톤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이 질문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지만 정확한 시점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옐로스톤 지하에는 현재도 마그마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마그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규모 분화가 임박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USGS는 옐로스톤에서 미래에 화산 활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다음 분화가 언제 일어날지는 알 수 없으며 반드시 대규모 분화일 필요도 없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과거의 대규모 분화 사이의 간격을 단순히 계산해 “이제 폭발할 차례”라고 말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화산은 시계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폭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옐로스톤에 대해 현재 과학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
· 과거 매우 큰 분화를 일으킨 화산 시스템이다.
· 현재 지하에 마그마가 존재한다.
· 미래에 화산 활동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 다음 분화의 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 다음 분화가 반드시 슈퍼분화일 것이라는 근거도 없다.
11. 만약 오늘 지구 어딘가에서 슈퍼분화가 시작된다면?
이제 과학적 사고실험을 해보겠습니다.
특정 화산이 실제로 곧 폭발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상의 VEI 8급 초대형 분화가 발생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분화 지역과 주변 지역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화쇄류와 화산재, 화산가스, 화산 주변의 지진 및 지반 변화 등이 직접적인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이후 화산재와 가스가 넓은 지역으로 퍼지면서 항공 운항과 교통, 수자원, 전력 시설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양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에 도달한다면 상황은 지역적인 재난을 넘어 기후 시스템의 변화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일사량 감소와 냉각이 발생하고, 농업 생산성과 생태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해야 합니다.
이것은 과학적 사고실험이지 미래의 특정 사건을 예측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영향은 분화 장소와 규모, 화산가스의 양, 분출 고도, 계절, 대기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12. 정말 무서운 것은 화산 자체일까요?
슈퍼화산 이야기를 조사하면서 오히려 ‘폭발의 크기’보다 다른 부분이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흔히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도 거대한 화산재 기둥과 용암이 도시를 덮는 장면이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생각해보면 초대형 화산의 영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분화구 주변에서는 화쇄류와 화산재가 직접적인 피해를 만들겠지만, 멀리 떨어진 사람들에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대기와 기후의 변화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가 변하면 곧바로 우리의 생활과 연결됩니다.
햇빛이 줄어들고 기온이 변하면 농업 생산량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농업 생산량이 변하면 식량 가격과 국제 무역이 흔들릴 수 있고, 운송과 에너지 시스템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슈퍼화산이라는 거대한 자연현상은 화산 주변에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현대 사회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슈퍼화산을 단순히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괴물’로 보는 것보다 훨씬 흥미로운 질문이 있습니다.
“자연의 거대한 변화 앞에서 우리가 만든 사회 시스템은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현대의 기술은 화산을 멈출 수는 없지만 화산을 관측하고 조기에 위험을 알리는 능력은 과거보다 훨씬 발전했습니다.
1991년 피나투보 분화에서는 과학자들의 관측과 예측을 바탕으로 한 대피가 큰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USGS와 필리핀 화산지진학연구소(PHIVOLCS)는 당시의 예측과 대피 조치로 최소 5,000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연재해를 완전히 막을 수 없더라도 관측과 과학적 예측이 피해를 줄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슈퍼화산의 이야기가 단순한 공포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지구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자연현상 앞에서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지구는 거대한 자연 시스템이고 인간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종입니다.
우리가 자연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오히려 더 정확한 과학적 대비가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13. 슈퍼분화가 일어난다면 지구는 멸망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지구가 멸망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초대형 화산분화가 인간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줄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지만, 지구라는 행성 자체가 사라지는 사건은 아닙니다.
지구의 생명체는 과거에도 대규모 화산활동과 기후 변화를 경험해왔습니다.
문제는 현대 인간 사회가 매우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더 중요하게 연구해야 할 것은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단순한 질문보다, “어떤 시스템이 가장 취약하고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화산 연구는 단순한 지질학을 넘어 기후과학, 생태학, 농업, 경제, 재난관리와 연결됩니다.
14. 아직 남아 있는 질문
슈퍼화산에 대해 우리는 과거의 흔적을 상당히 많이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초대형 분화가 실제로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발생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질문들
· 다음 슈퍼분화는 지구 어디에서 발생할까요?
· 초대형 분화가 시작되기 전에 어떤 신호가 나타날까요?
· 마그마 저장고는 어떻게 거대한 분화까지 성장할까요?
· 성층권으로 올라간 화산가스의 양에 따라 기후는 얼마나 달라질까요?
· 현대의 농업과 식량 공급망은 대규모 화산 기후 변화에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요?
· 인류는 초대형 분화를 사전에 얼마나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을까요?
·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자연재해 자체를 막을 수 없더라도 그 충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요?
15. 초대형 화산은 지구의 시간을 보여줍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초대형 화산이 폭발하면 지구에 어떤 일이 생길까요?
분화가 시작되면 먼저 주변 지역에 화산재와 화쇄류 같은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양의 화산가스가 성층권에 도달한다면 황산염 에어로졸이 형성되어 태양복사를 반사하고 지구의 기후를 일시적으로 냉각시킬 수 있습니다.
그 영향은 농업과 생태계, 식량 공급망 등 인간 사회의 여러 시스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규모와 지속기간은 실제 분화가 일어나기 전에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 활동하는 에트나나 킬라우에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슈퍼분화가 임박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옐로스톤 역시 과거 초대형 분화를 일으킨 중요한 화산 시스템이지만, 현재 ‘분화 예정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슈퍼화산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조금 다른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구의 표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며, 그 변화의 시간은 인간의 삶보다 훨씬 길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수십 년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지구는 수천 년, 수만 년, 수백만 년의 시간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약 2만 2,600년 전 타우포에서 일어난 초대형 분화도 인간의 시간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먼 과거의 사건입니다. 하지만 그 흔적은 지금도 지질학적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슈퍼화산이 무서운 이유는 지구를 끝내기 때문이 아니라, 지구의 변화가 인간 사회 전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에는 지금도 수많은 화산이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에트나에서는 다양한 분화 활동이 이어지고, 킬라우에아에서는 용암과 불빛, 화산가스가 관측됩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옐로스톤과 타우포 같은 거대한 칼데라 시스템에서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분화가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공포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 화산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신호를 보내며, 대규모 분화가 대기와 기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조금씩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직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과학은 과거의 흔적을 통해 미래의 질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초대형 화산 분화가 일어난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대비해야 할 것은 화산재일까요, 기후 변화일까요, 아니면 자연의 변화에 취약한 우리의 사회 시스템일까요?
아직 답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질문을 따라가는 것이 지구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탐험일 것입니다.
참고자료
U.S. Geological Survey (USGS), What is a supervolcano? What is a supereruption?
U.S. Geological Survey (USGS), Questions About Supervolcanoes
U.S. Geological Survey (USGS), Questions About Future Volcanic Activity at Yellowstone
U.S. Geological Survey (USGS), When was the last time Yellowstone erupted?
U.S. Geological Survey (USGS), Could a large Yellowstone eruption significantly change the climate?
U.S. Geological Survey (USGS), Volcanoes Can Affect Climate
U.S. Geological Survey (USGS), The Cataclysmic 1991 Eruption of Mount Pinatubo
Smithsonian Institution, Global Volcanism Program, Current Eruptions
Smithsonian Institution, Global Volcanism Program, Etna
Smithsonian Institution, Global Volcanism Program, Kīlauea





